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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인문학

공정하다는 착각: 능력주의는 모두에게 같은 기회를 제공하는가? (원제: The Tyranny of Merit: What's Become of the Common Good?) - 마이클 샌델

by meticulousdev 2021.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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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책을 읽을 때는 그 책을 읽게 되는 계기가 있다. 솔직하게 얘기해서 공정함은 내 관심사가 아니다. 처음 책이 출간되었다는 광고를 보았을 때 딱히 읽을 생각이 없었다. 정의가 가지는 의미도 내게는 비슷해서 『정의란 무엇인가?』도 읽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이 SNS에 올린 『정의란 무엇인가?』와 『공정하다는 착각』을 극찬하는 글을 보고 책 내용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이 책의 어떤 내용이 그를 그렇게까지 설레게 했을까? 책의 제목을 보고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는 것을 비판하는 내용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원제를 독자의 입장에서 다시 해석해보고 싶어 졌다. Merit은 명사로 가치, 훌륭함, 장점 등의 뜻을 가진다. 여기에 -cratic이 연결되면 meritocratic이라고 하는 능력주의가 된다. 책의 원제를 직역해보면, 능력의 폭정: 공공선은 어떻게 될 것인가? 가 될 것이다. 의역해보면 능력주의의 폭정: 공공선은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이다. 

 

2. 누구나 들어봤을 성공 스토리

    옛날부터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를 좋아했다. 주인공의 오랜 노력 끝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 통쾌해지고 행복해지기 때문이었다.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타고난 재능으로 성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재능이 있다 하더라도 노력 없이는 성공할 수 없음을 초반부에 보여준다. 누군가에 도움을 받기도 하고 운 좋게 기회를 얻기도 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그렇게 열심히 노력한 주인공은 후반부에 목적하는 바를 이룬다. 그런데 나이를 먹다 보니 이런 이야기 속의 라이벌에게 눈길이 간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주인공에게 밀려서 목적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고 패배의 쓴맛을 보게 되는 그들이 신경 쓰인다. 아마도 이는 사회의 일부가 되어 생활하며 생긴 내 경험이 우리는 항상 주인공인 삶을 살 수 없음을 알려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 능력주의 속에서 누군가는 패자이다. 그들은 열심히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자신의 곤경은 자신 탓이라는 말, "하면 된다"라는 말은 양날의 검이다. 한편으로는 자신감을 불어넣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모욕감을 준다. 승자에게 갈채하며 동시에 패자에게 조롱한다. 패자 스스로마저도 말이다. 일자리가 없거나 적자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나의 실패는 자업자득이다. 재능이 없고 노력을 게을리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은 헤어나기 힘든 좌절감을 준다.
- 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지은이), 함규진 (옮긴이); 와이즈베리, 2020

 

    이야기가 다 끝난 이후에 주인공에게 진 라이벌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열심히 노력했지만 잘 싸웠다며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까? 능력주의 현실에서는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승자는 오만하고 패자는 굴욕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쯤에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성공 스토리로 돌아가 보자. 주인공과 라이벌의 출발점은 같았는가? 주인공은 오로지 혼자만의 힘으로 성공을 성취했는가? 주인공이 성공을 이루는 과정에서 운은 전혀 작용하지 않았는가? 

 

3. 그리고 주인공은 오만해졌습니다.

    능력주의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를 사회적 신분 상승을 약속하기 때문이다. 능력주의 안에서 우리는 열심히 노력한다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 열심히 산만큼 명예를 얻거나 돈을 벌 수 있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슬프게도 노력한 우리 모두가 성공할 수만은 없다. 완벽한 공정함 속에서 경쟁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온다고 한들 패자가 되는 다수의 사람들을 불행을 맛봐야 한다. 문제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공정하지 조차 않다는 데 있다. 부모님의 도움으로 혹은 누군가의 도움으로 성공한다. 하지만 성공한 이후에는 본인만의 노력으로 성공했다고 생각하며, 패자를 무시한다. (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지은이), 함규진 (옮긴이); 와이즈베리, 2020)

 

4.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능력주의가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가져다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능력주의는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저자가 책에서 말하는 능력주의에 대한 해결책을 글의 끝에 쓸지 말지에 대한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해결책은 얘기하지 않고 능력주의의 폭정만을 얘기하는 것으로 끝내기로 마음먹었다. 능력주의 속에서 어떻게 공공선을 이룰 수 있을지는 아직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5. 나에게 남겨진 숙제

    솔직하게 고백할 것이 하나 있다. 이 책을 다 읽기는 했지만 책의 내용들이 온전히 머릿속에 남아있지는 않았다. 그래서 책의 이야기를 내 마음대로 이해한 것과 저자가 제시한 해결책만이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이 글을 쓰고도 한동안 비공개로 두었었다. 뭔가 각 문장과 문단이 유기적으로 이어지지 않는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 어떠한가? 이렇게 기록으로 남겼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생각날 때마다 수정해나가겠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과 관련된 의견은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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