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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인문학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 - 심혜경

by meticulousdev 2022.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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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배우는 게 취미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학년이 바뀌면 담임 선생님들께서는 자기소개 써오기를 숙제로 내주시곤 했었습니다. 자기소개를 쓸 때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취미를 무엇이라고 적을지였습니다. 그냥 친구들과 노는 게 제일 좋았던 시기이지만 새로운 선생님께 예쁨을 받고 싶었던 저는 취미를 뭘로 적을지 고민하였고 그나마 조금 있어 보이는 프라모델 조립을 적곤 했습니다. 성인이 되었을 때도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취미가 뭐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해야 좋은지 고민했습니다. 고등학교 이후로는 책 읽는 게 취미였는데 독서가 취미라고 얘기하면 마치 남들과 다른 사람처럼 얘기하는 반응이 싫어서 대충 얼버무리며 영화감상이라고 말했었던 게 기억납니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는 공부가 취미이신 심혜경 번역가님의 이야기입니다. 학창 시절에는 의무감에 하던 공부가 어느덧 나이를 먹어 자유롭게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을 상황이 되니 더 이상 싫은걸 참지 않고 마음 내키는 대로 공부하는 그런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학창 시절에는 하기 싫어도 꾹 참고 해야 하지만 학교를 졸업하는 순간부터는 마음 내키는 대로 공부해도 된다. 싫증을 내지 않고 계속할 수 있는 공부를 찾았다면 행운으로 생각하고 주욱 해보자. 자신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면 계속 즐거울 수 있다.

-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 심혜경; 길벗, 2021

 

2. 시나브로: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저자는 배우는 것을 취미로 가지면서 스스로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가랑비에 젖는 모습에 비유해서 얘기해주시곤 합니다. 너무 열심히 하지 않고 어쩌면 그냥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공부에 젖어가는 느낌처럼 말입니다.

사람이란 모름지기 너무 공부만 열심히 하면 못 쓰는 법. 오늘 못 배우면 다음 주에 또 배우면 된다는 느긋한 마음으로 임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더도 덜도 말고 일주일에 한 방울씩 가랑비를 맞다 보면 시간은 눈 깜짝할 새 지나가고, 실력은 저 먼발치에 차곡차곡 쌓이기 마련이다.

-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 심혜경; 길벗, 2021

어쩌면 이게 공부를 취미로 가지기 위해서 중요한 것 요소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고 오늘 안되면 내일, 내일 안되면 모레 공부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멈추지 않고 매일 조금씩 가랑비에 젖은 옷이 마르기 전에 계속해서 젖은 비를 맞으면 되는 것입니다. 취미이기에 너무 잘할 필요도 없고 시간이 정해진 것도 아닙니다. 그냥 흥미에 끌려서 배우는 겁니다.

  흥미가 일어 자발적으로 무언가를 배우는 일에 발을 내딛는 건 여건이 허락되면 언제든 마음 가벼이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공부가 의무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하는 순간, 흥미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

-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 심혜경; 길벗, 2021

이렇게 저자는 흥미에 이끌려서 공부를 합니다. 하다가 아니다 싶으면 포기 내려놓습니다. 모든 건 의무가 아니기에 취미이기에 가능한 것들입니다.

 

3. 도서관이 아닌 카페인 이유

    책의 제목을 보고 궁금했던 게 있습니다. 왜 도서관이 아니라 카페에서 공부를 하시는 걸까요? 저자는 다음과 같이 얘기합니다.

사람들마다 카페를 좋아하는 이유야 제각각이겠지만 나는 트인 공간이 주는 공공성을 즐긴다. 혼자 있음에도 외롭지 않고, 여럿이 함께 있지만 따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다. 아무도 나를 쳐다보지 않지만 내 마음대로 행동할 수는 없는, 약간의 제약이 뒤따르는 그 장소성이 내 자세와 태도를 바로잡아줘서 더 좋다. 그렇게 절반쯤 공적인 장소에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며 공부하고 작업하는 것은 생산적일 수밖에 없다.

-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 심혜경; 길벗, 2021

얼핏 보기에는 커피 하우스 효과(coffee house effect)와 비슷해 보입니다. 하지만 막상 책을 읽다 보면 다양한 공부 장소가 등장합니다.  저자는 특정 카페의 분위기가 좋아서 카페에서 공부를 하기도 하고, 스터디는 카페보다는 누군가의 작업실에서, 독서모임은 서점에서 진행하기도 합니다. 결국 목적에 맞는 장소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4. 제 취미는 독서와 프로그래밍 입니다

    솔직히 어쩌다 이런 것들을 취미라고 말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책을 읽는 게 좋았던 이유는 그냥 추리소설과 판타지 소설이 재밌어서였고, 프로그래밍이 좋았던 이유는 내가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성취감이 좋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취미가 되었고 누군가 취미를 물어보면 "제 취미는 독서와 프로그래밍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취미이기 때문에 매일매일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하지는 않고 즐기려고 합니다. 책을 소개하고 글을 마무리하려다 보니 배운다는 걸 딱딱한 학교 공부 같은 느낌으로 표현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악기, 뜨개질 그리고 게임 모두 괜찮습니다. 반대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게임을 공부하고 목표한 바를 달성할 수 있다면 그것도 배움이 아닐까요? 이런 자잘한 배움들이 모두 "제 취미는 공부(혹은 배움)이에요"라고 말할 수 있는 범주에 들어간다고 생각합니다. 

 

5. 감사 글

    이 책은 난개발 독서모임에서 선정되어 읽게 된 책입니다. 책에 대한 또 다른 후기 및 책에 등장하는 문학 작품들의 목록은 아래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lazymatlab.tistory.com/116#comment13046079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 - 레퍼런스 목록

얼마 전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라는 제목의 수필을 읽었습니다. 번역가 심혜경 선생님의 저서로, 소위 '공부가 취미가 될 수 있음'을 몸소 실천한 후기 격의 책입니다. 클래식 기타, 바이올린

lazymatlab.tistory.com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과 관련된 의견은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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