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이야기/인문학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 심채경

by meticulousdev 2022. 4. 3.
반응형

1.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스스로 생각해 봤을 때 나는 돈이나 명예에 그렇게 욕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다. 내가 무언가를 열심히 할 때는 돈을 많이 줘서도 내가 하는 그 일이 나에게 명예를 가져다줘서도 아니다. 정말 그 일이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다. 딱히 의미 있는 일이 아닌데 열심히 한다. 살다 보면 그런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강사로 계시며 대학 수학을 가르쳐주시던 교수님은 취미가 수학 문제를 푸는 거라고 하셨다. 교수님의 따님은 교수님에게 맨날 수학을 보면서도 그게 어떻게 재밌을 수 있냐고 물어봤다고 이야기해주셨었다. 수식 하나하나를 유도하는 그분의 얼굴에는 행복함이 가득했다.

거리와 각도, 시차를 설명하기 위해 칠판에 옴싹 달라붙어서, 모두가 보고 있지만 아무도 보지 못하게 애쓰며 점 두 개를 칠판에 찍고는 돌아서서 이토록 흥미진진한 것은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학생들을 바라보던 그 순간, 무미 건조한 중년 아저씨의 눈에서 반짝, 소년이 지나갔다.
-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문학동네 (2021)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심심치 않게 그런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그게 뭐라고 그렇게 열심히 하세요? 하고 물어보곤 하는 것들을 정말 열심히 하는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이 좋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그리고 저자가 좋았다.

그런 사람들이 좋았다. 남들이 보기엔 저게 대체 뭘까 싶은 것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들.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정치적 싸움을 만들어내지도 않을, 대단한 명예나 부가 따라오는 것도 아니요, 텔레비전이나 휴대전화처럼 보편적인 삶의 방식을 바꿔놓을 영향력을 지닌 것도 아닌 그런 일에 열정을 바치는 사람들. 신호가 도달하는 데만 수백 년 걸릴 곳에 하염없이 전파를 흘려보내며 온 우주에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동경한다. 그리고 그들이 동경하는 하늘을, 자연을, 우주를 함께 동경한다.
-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문학동네 (2021)

 

2. 선택의 기로에 선 사람들

    생각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실과 타협을 해야할 순간이 찾아오고 우리 모두에게 선택은 강요된다. 하지만 저자는 하고 싶은 것을 선택했다. 흔하지 않고 쉽지 않은 우주를 연구한다고 대학원을 입학했다.

 

그때의 나를 오늘날의 나로 만든 바로 그 주문을. 그건 아주 짧고 간단한 문장이었다. "저요!"
-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문학동네 (2021)

 

그럼 그 생활은 평탄하였을까? 그렇지 않았을것이다. 졸업은 할 수 있을지,  자퇴를 하는 친구들을 보면 이 길이 맞는지 저자는 고민했을 것이고 그 순간순간 선택을 하였다. 저자는 대학원생 때 썼던 일기를 얘기하며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돌이켜 생각해보건대, 도중에 그만두지 못했던 것은 떠날 용기가 없어서였다. 그러나 남은 채 버텨내는 데도 역시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다. 떠난 이들은 남지 못한 게 아니라 남지 않기를 선택한 것이었고, 남은 이들은 떠나지 못한 게 아니라 떠나지 않기를 선택한 것이었다. 이제는 안다. 어느 쪽을 선택했든 묵묵히 그 길을 걸으면 된다는 것을. 파도에 이겨도 보고 져도 보는 경험이 나를 노련한 뱃사람으로 만들어주리라는 것을.
-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문학동네 (2021)

 

그렇게 모든 고생을 감내한 저자는 박사님이 되었다. 그리고 담담한 어조로 박사학위를 일종의 운전면허와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많은 이들이 이 표현을 읽으면 어떻게 박사학위가 운전면허 정도가 될 수 있는지 물어볼 것이다. 하지만 막상 박사학위를 받고 나면 알게 된다. 그냥 한 분야에 전문가가 되었고 이를 인정해주는 하나의 자격증 같은 것이다. 사람들에게 박사를 받고 나서 다른 걸 하겠다고 하면 시간이 아깝지 않냐 그러려면 뭐하러 박사 학위를 받았냐고 물어보곤 한다. 시간은 전혀 아깝지 않다. 박사를 받은 건 많은 선택지 중 하나였던 것이다. 박사를 받고 나서 무엇을 할지는 본인의 선택이다. 이와 관련해서 사회적인 논란이 있었던 것 중에 하나가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이다. 

 

그렇다고 몇 년 만에 다시 DNA를 다루는 공학박사 이소연의 길로 돌아가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 수년간 손놓았던 사람이 다시 그 급류 속으로 들어가 안전하게 물살을 타는 일이 어디 쉬울까. ... 고민 끝에 휴직하고 미국 유학길에 오르자 이번에는 '먹튀'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문학동네 (2021)

 

빠르게 변하는 과학분야에서 한동안 우주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서 손을 뗐었기에 원래 연구하던 분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었을까? 쉽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여기서 알아야할 점은 이소연 씨는 약속된 모든 우주 프로젝트에서의 역할을 힘든 상황 속에서 모두 성공적으로 끝 맞췄다. 이것으로 이소연 씨의 역할을 끝난 것이다. 그리고 전공을 바꿔서 다시 유학길에 오른 것은 비난받아야 할 일이 아닌 새로운 도전에 대해 멈추지 않은 것에 대해서 박수를 받아야 할 일이다. 모든 건 선택이었을 뿐 잘못은 없다.

 

3. 평범하지만 대단한 사람들

    어릴적에 꿈이 과학자일 때는 멋진 이론을 제안하고 과학책에 이름이 올라가 있는 과학자들이 너무 대단하고 멋져 보였다. 대학원에 입학하고는 이 힘든 순간들을 버티고 박사학위를 받은 모두가 대단하고 멋져 보였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대단한 사람의 기준은 점점 바뀌어갔다. 이제 누군가 나에게 지금 존경하고 대단한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본다면, 첫 번째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계속해서 해나가는 사람들이고 두 번째는 자신의 일을 하면서도 육아를 놓지 않은 모든 사람들이라고 말할 것이다. 

 

나는 연구 과제가 끝나면 급여도 경력도 바로 단절이기 때문에, 과학에 대한 순수한 열정 외에도 먹고살기위해 다음, 또 다음 연구과제를 수주할 생각에 머리가 복잡한데, 한 해에도 몇 번씩 정규직 채용공고에 원서를 내고 탈락하기를 반복하고 있는데, 그런 상황이 결코 누군가에게 희망적일 리 없다.
-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문학동네 (2021)

 

어린 아이의 눈으로 바라볼 때 평범해 보이기만 하던 것들이 그리고 어른이 된 누군가의 눈에는 여전히 평범하게만 보이는 것들이 나에게는 대단하고 멋진 것들이 되었다. 동년배의 누군가 얘기를 하다가 결혼을 했고 아이가 있다고 하면 "정말 대단하신 거 같아요"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

 

4. 제 꿈은 과학자 입니다

    누구나 그렇듯 어릴 적에 나는 공룡과 우주 그리고 외계인이 너무 좋았다. 공룡의 이름을 줄줄이 외우고 다녔고 맨인블랙이라는 영화는 몇번을 봤는지 기억하지 못할만큼 자주 봤다. 그러면서 막연하게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었다. 하지만 나는 전생에 뽀로로였고 노는게 제일 좋았기 때문에 고등학생이 될때까지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하지도 않았다. 그러니 당연히 잘하지도 못했다. 국어를 너무 못해서 취업이라도 잘되는 이공계를 가자는 취지에 이공계를 선택했다. 그때가 첫번째로 내 삶의 방향이 바뀐 순간일 것이다. 생각보다 이공계 공부는 재밌었고 공과대학에 입학하고 평생 공부하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며 살았다. 그렇게 대학원을 가기로 결정하고 두번째로 내 삶의 방향이 바뀌었다. 어릴적 과학자라는 꿈은 살짝 방향을 바꿔서 공학자가 되었지만 평생 공부하며 살고 싶다는 꿈은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5. 그래서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나요?

    책의 내용을 쓰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책의 내용과 내 생각이 뒤죽박죽으로 섞인 글이 탄생하였다. 제목을 보면 당연히 궁금할 것이다. 천문학자는 그럼 무얼 보는 직업인지. 조금은 할 일을 떠넘기는 것 같지만 직접 읽어보고 답을 찾았으면 좋겠다. 그 답을 댓글로 남겨주시면 너무나도 감사할 것 같다 (댓글로 의견 남겨주시는 모든 분들 부자 되실 거예요. 이 글을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도 복 많이 받으세요.). 이공계스러운 제목이지만 책의 내용은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고 한 번은 읽어봤으면 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6. 감사 글

    이 글은 항상 게으르다고 하시지만 너무나도 부지런하신 분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입니다.
https://keizikang.tistory.com/m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과 관련된 의견은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