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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인문학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 우종영 지음, 한성수 엮음

by meticulousdev 2021.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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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어느 순간부터 서점에 가면 베스트셀러 코너에 힐링과 자기 계발을 다루는 책들이 많아졌다. 나 역시도 한동안 힐링과 자기 계발에 빠져서 관련된 책들을 읽곤 했다. 하지만 그런 책들은 읽고 나면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있었다. 힐링을 소재로 하는 책들은 멋진 표지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제목으로 우리를 유혹하지만 막상 읽다 보면 처음 책을 집을 때의 기대는 사라지고 만다. 그렇다면 자기 계발 서적은 어떨까? 책을 읽고 있을 때는 마치 세상이라도 정복할 수 있을 거 같고 뭔가를 이룰 수 있을 거 같은 느낌이 들곤 한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책에서 말했던 것들은 실천에 옮기기 쉽지 않은 것들이 많다. 혹은 다 읽고 나면 저자를 욕하게 되는 책도 되레 있었다. 그래서 한동안 힐링이나 자기 계발을 멀리하던 중 같이 독서 모임을 하셨던 분이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라는 책을 추천해주셨다. 강력하게 추천해주셔서 샀지만, 바쁨을 핑계로 독서를 멀리하여 다 읽는데 1년(2020년 2월 ~ 2021년 5월)의 시간이 걸렸다. 이 책은 내가 생각하는 힐링과 자기 계발을 이야기해주는 인문학 책이다. 그와 동시에 철학책 같기도 하고, 에세이 같기도 하다. 

 

2. 성공이 아닌 성공이야기

    저자인 우종영 씨는 나무 의사이다.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나무 의사를 하면서 나무로부터 배운 것들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하셨다. 나무 의사라는 이름만큼이나 이 분의 생활은 쉽지 않았다. 저자가 처음 나무를 돌보는 직업을 시작했을 때 주위에는 조경 시공을 하는 사람들이 다수였다. 새로운 건물이 올라가면 조경을 꾸미는 사람들이 많이 필요했고 조경 시공은 건당 보수도 높았다. 하지만 저자는 심어져 있는 나무가 아픈 것을 볼 수 없어서 나무를 돌보는 것을 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보수가 적고 부르는 사람도 적은 일이다 보니 생활이 어려워서 이사도 많이 다니고 자녀를 돌볼 시간도 넉넉하지 않았다. 그렇게 오랜 세월을 나무 의사로 살아왔고 저자는 나무 의사로 성공했다. 책에서 저자는 말한다.

인생에서 정말 좋은 일들은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값지고 귀한 것을 얻으려면 그만큼의 담금질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우종영 (지은이), 한성수 (엮은이); 메이븐, 2019

 

    책에서 이런 말들만 보면 마치 자기 계발서이고 성공한 누군가의 삶을 담고 있는 책 같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과연 이게 지금 시대에서 얘기하는 성공이야기인가?'이다. 내 대답은 '아니오'이다. 아직까지도 사람들에게 성공은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찾아오는 돈과 명예이다. 저자의 성공은 어떠한가? 물론 지금은 알아주는 사람도 찾아주는 사람도 많지만 돈이나 명예를 동반하는 성공과는 거리가 멀다.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하기 때문에 힘들어도 행복한 것이다. 저자가 예순의 나이에도 공부를 재밌어하는 이유는 하고 싶은 것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의 성공이야기는 성공이 아닌 성공이야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새벽잠까지 줄여 가며 나무 의사 시험에 응시하려는 까닭은 공부에 흠뻑 취할 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올곧이 만끽하고 싶어서다. 
-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우종영 (지은이), 한성수 (엮은이); 메이븐, 2019

 

3. 지혜로운 철학자, 나무

    오랜 시간 하나의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다 보면 직업병이 생긴다. 우리가 마주하는 수많은 상황들을 직업을 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상황들과 연관 짓게 된다. 어찌 보면 저자가 나무로부터 인생을 배울 수 있었던 이유는 저자가 나무 의사라서 이다. 프롤로그에 보면 다음과 같은 글이 나온다.

살면서 부딪치는 힘든 문제 앞에서도 나는 부지불식간에 나무에게서 답을 찾았다. 척박한 산꼭대기 바위틈에서 자라면서도 매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나무의 한결같음에 감히 힘들다는 투정을 부릴 수 없었다. 평생 한자리에서 살아야 하는 기막힌 숙명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나무를 보면서는 포기하지 않는 힘을 얻었다. 살다 보면 때로 어떻게든 버티는 것만이 정답인 순간이 온다는 것도 나무가 아니었으면 몰랐을 것이다. 
-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우종영 (지은이), 한성수 (엮은이); 메이븐, 2019

 

    저자가 나무로부터 삶의 답을 찾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만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지인 중 누군가가 힘든 상황에 부딪히게 되면 나무의 사례를 들어서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책에 담겨 있는 이야기 둘 중에서 아직은 미생인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어울릴만한 내용을 재구성하고 내 상황에 맞는 글로 몇 자 적어보려고 한다.

 

    사람은 살다 보면 힘든 순간이 찾아온다. 그 힘든 순간을 적극적으로 부딪히며 상황을 해결해보고 싶기도 하다. 성인이 되기 전만 해도 내가 세상에서 마주하는 일들을 적극적으로 극복해나가자고 생각했었다. 그런 의미를 담고 있는 아이디를 만들어서 사용하고 많은 포탈에 가입했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나니 정말 버티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온다. 정말 버티는 게 이기는 상황인 것이다. 굴욕적인 상황까지도 버텨야 하는 것이다. 나무에게 버틴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나무는 평생을 한 곳에서 살아가며, 우둑하니 그 자리를 지킨다. 나무에게 삶은 버팀 그 자체이다. 

 

    하루하루를 버티는 삶 속에서 우리의 모습은 누군가 성공의 틀 안에 있다고 정의한 사람들에 비해서 한 없이 부족해 보인다. 계속해서 잘하고 있는 것일까 고민하는 삶 속에서 살게 된다. 만약 저자가 이러한 상황 속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면 대나무의 이야기를 해준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바람에 부러지지 않고 흔들리는 유연함을 가지고 있는 대나무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나무는 풀과 나무 중간에 있는 식물이라고 한다. 생리적으로는 풀의 성격을 가지지만 형태적으로는 나무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게 대나무이다. 자연의 만물들이 그렇듯 이분법적인 사고로 나눌 수 없는 식물 중 하나인 것이다. 저자는 대나무와 같이 자기 자신을 남들이 정해둔 틀 안에 우리를 가두지 말라고 말한다.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한가? 

그래서 나는 불확실함을 견디지 못하고 자꾸만 초조해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곤 한다. 설사 미래가 보이지 않는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스스로를 미완의 존재라고 함부로 규정짓지 말라고. 어딘가 제대로 소속되지 못한 채 늘 부유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그러면 좀 어떤가.
-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우종영 (지은이), 한성수 (엮은이); 메이븐, 2019

 

4. 최고의 일

     독서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나는 삶에서 힘든 순간이 찾아오면 책으로부터 답을 찾으려고 한다. 책 속의 많은 이야기들 중 앞에서 언급한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아마도 현상황에서 답을 찾기에 적합한 내용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의 내 상황에 적합한 한문장으로 글을 끝맺어보려고 한다. 나무로부터 배운 교훈이 아닌 저자가 나무 의사로 살아가면서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이다.

좋은 일은 믿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찾아오고, 더 좋은 일들은 인내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찾아오지만, 최고의 일은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찾아온다고.
-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우종영 (지은이), 한성수 (엮은이); 메이븐, 2019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과 관련된 의견은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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